뮤지컬 <팬레터> 관람후기(220205)

뮤지컬 <팬레터> 인생 세번째 관극을 위해 코엑스 아티움에 다녀왔다❣️

팬레터는 2016년 10월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초연된 뮤지컬
일제치하의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천재작가 김해진과 이윤, 작가지망생 세윤, 이들이 속한 문인회인 칠인회가 시대적 좌절 속에서 이뤄낸 예술과 광기, 사랑을 그렸다.
실화는 아니지만 당대의 천재작가인 김유정과 이상, 문인회인 구인회를 모티프로 한다.

이번 공연은 네번째 공연인 사연이다.
극이 흥행하며 재연(‘17.11~)과 삼연(‘19.11~)까지 가는동안 세훈이 친일파 집안 출신인 점과 밀고행위를 근거로 친일미화와 관련한 비판이 점점 커졌다.
당시 일제로의 밀고행위는 결과적으로 친일이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친일이라는 돋보기로 확대하기 보다는 사람과 문학에 대한 집착과 광기로 일그러진 배신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세훈은 조선어 문학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버리지 않았고(오히려 집착했고), 시대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다 비판받기도 하던 순수문인회를 밀고한 것이지 독립운동을 방해한 것은 아니며, 밀고 내용도 거짓을 섞은 온전치 못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연에서는 이런 비판을 고려하여 세훈의 집안배경 등에 대한 일부 수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오늘의 캐스팅

📌대략의 스토리
조선어로 글을 쓰기 어려워지는 현실과 엄격한 친일파 아버지와의 갈등은 소년 세훈이 하고싶는것을 모두 할수있는 히카루라는 자아를 만들어낸다.
세훈은 히카루의 이름으로 쓴 편지를 통해 김해진과 문학적 교류를 나누기 시작하고, 이후로는 그가 속한 문인단체인 칠인회에서 급사로 머물며 그의 편지를 히카루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등 그의 주위를 맴돈다.
천재작가 김해진에 대한 소년 세훈의 동경은 점점커져 스스로를 속이는 정신분열적 성격장애로 이른다.
김해진과의 문학에 대한 히카루(세훈)의 집착도 점점 도를 넘고, 결국 히카루는 그와의 관계에 장애물이라 판단되는 칠인회를 밀고하여 와해시킨다.
세훈은 이후 김해진을 독점하고 그와 히카루의 소설을 집필하는데에 모든것이 집중되게 만들지만, 마지막 순간 본인이 히카루임을 김해진에게 밝힌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세훈은 김해진이 사망했음에도 히카루의 소설이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출간을 중단하기 위해 구치소에 있는 이윤을 찾아가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간의 진실이 밝혀진다.

📌오늘의 후기
이 극은 볼때마다 소회가 바뀌지만 오늘은 세훈이 녀석은 역시 소시오패스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놈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자기가 하고싶은걸 대신해주는 히카루라는 자아를 분리해, 결국 주변을 희생시키는 선넘는 댓가를 치룬다.
게다가 김해진을 사랑했다면 오히려 숨겨야할 진실을 적절치 못한 타이밍에서 밝혀버리는데, 오늘 세훈이 히카루를 죽이는 장면은 자신의 욕망인 히카루를 흡수해 완전체로 거듭나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소설도 거의 다 완성했겠다, 김해진이 사랑한 히카루의 현신이 되어 본체로 사랑받고 싶은 욕망의 끝이랄까.
이놈에게 김해진은 사랑하고 존경했던 사람이 아니라 명성을 훔치고 싶은 대상인데 사랑까지 주는 호구라고 생각한다.
김해진이 모든걸 짐작하고 있음을 이 요망덩어리가 과연 몰랐을까?

이렇게 세훈이놈을 더더욱 이기적인 께스라이팅 장인으로 생각하게 된건 히카루 역의 강혜인님 연기가 너무나 강렬했던 덕분👍

굳이 오늘을 선택한건 한번도 못봤던 이규형 배우의 김해진이 넘나 궁금해서였는데, 오늘의 해진에서는 짧을것이 자명한 본인의 삶이기에 진실에 눈을 감아서라도 작품을 남기기 위해 집착하는 문인의 처절함이 사랑에 앞선 것으로 느껴졌다.(그리고… 벌크업 해진❤️‍🔥)

한편, 오늘은 이윤이야말로 김해진에게 참사랑이라는 생각(망붕)도 들었다.
진실이 보이는 순간마다 해진이 원치않는 선을 넘지 않았고, 김해진의 꿈을 알아줬고 이를 끝까지 이뤄주기 위해 몹쓸 세훈이놈까지 포용하고 떠났으니 말이다.
심지어 자기도 해진과 같은병으로 죽어가던 중이었다😭
이런 포인트에서 이윤이 세훈이를 용서했다기보다 어쩔수 없이 포용한 거라고 느껴졌다.
이 극에서 가장 강인하고 어른다운 캐릭터❣️

오늘 좌석은 2층 중앙 왼쪽통로 앞쪽이었는데 이 좌석은 시야도 좋았지만, 넘버 중 <뮤즈>에서 마치 뮤즈가 된거같은 기분을 느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위에서 보니 1층 앞쪽과 무대가 정말 심하게 가까워서 언젠가 앞좌석 진출도 해보고 싶어진다.)

너무 추워서 나가기 전엔 후회했지만 보고오니 또 보고싶어지는 팬레터 커튼콜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