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소설

창원에 사는 친구 결혼으로 좀처럼 가지 않는 여정을 나섰다.
KTX로는 두시간 조금 더 걸리는 거리인데, 게을러서 차편을 늦게 알아보는 바람에 KTX표를 구하지 못하고 ITX를 탔다.

어젯밤 잠도 좀 늦게 들고 모기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해서 그냥 고속버스를 타서 목적지에 내리는 걱정 없이 잠을 잘걸 그랬다고 후회하며 길을 나섰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시간이 됐다.

가는길은 네시간 반 동안의 여정인데 음악을 들으며 잠간 눈을 붙이기도 했고, 피로가 좀 가신 후에는 들여놓고 못읽고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 <일인칭 단수>를 일독했다.

이런 저런 책을 꽤 많이들이고도 읽지 못하는 요즘이었다. 심리적 번아웃 때문이다. (사실은 꼭 하지 않아도 될지모를) 많은 일을 벌려놓고 뭐에 하나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일은 더 쌓여가고, 책상과 책장에 쌓인 이런저런 서류나 잔해에 압도된 채 침대에 누워서도 피곤해하며, 도대체 누워만 있는데 왜 피곤한가에 의문이 생겼다.

기차에 타서 오롯한 시간이 생기고, 막상 눈 앞을 가로막던 것들이 사라져 나와 책만 남자 드디어 한권을 온전히 읽게된다. 오랜만에 한 권을 다 읽고나니 무척 뿌듯하다.
그리고 왜 피곤한가에 대한 나름의 답도 얻었다.주변정리를 해야겠다.

이 소설집은 여덟개의 단편을 엮은 것인데, 마치 작가의 에세이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속 ‘나’와 술을 한잔 곁들이며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나도 음악 듣는것을 즐기는데 ‘나’도 역시 그런 사람이어서 이런 친구가 있으면 삶이 참 풍족하겠다는 생각이다.

드문드문 글을 관통하는 음악 이야기는 단편 중 ‘사육제’에서 특히 중요한 소재로 부상한다.
슈만의 피아노곡 <사육제> 감상을 함께하는 관계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자면 흥미로워서 책을 덮으면 슈만의 사육제를 들어봐야지 싶어지는 것이다.

괜히 무라카미하루키 작품을 테마로 한 연주회가 기획되는게 아닌가보다.
가는 길에는 <일인칭 단수>를 읽으며 ‘나’의 이야기를 듣고 오는길에는 ‘나’가 소개해준 음악들을 들으며 그의 세계를 조금 더 들여다본 하루였다.

소설에서 주요 소재로 쓰인 몇몇 음악 링크도 정리해본다.

찰리파커의 비밥Bebop 연주
https://youtu.be/YZYaSkhRhoE

찰리파커의 버드The bird 연주
https://youtu.be/KYQCwoas3rk

비틀즈의 please please me
https://youtu.be/czw8eqepir8

비틀즈의 cant buy me love
https://youtu.be/srwxJUXPHvE

비틀즈의 meet the beatles
https://youtu.be/NUG_wa4Qz64

아바도 지휘의 <브루크너 7번 교향곡>
https://youtu.be/x_IbwlSXHpQ

루빈스타인이 연주한 슈만 <사육제Carnaval Op.9>
https://youtu.be/VELPD6FVylA

비행기나 기차에서 보낸 시간이 오늘처럼 풍족할 때가 있다. 아 그 여행중에 읽었지! 하며 보낸 시간여운도 오래간다. 바쁜일좀 정리하면 또 책 한권 들고 가붓하게 기차여행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