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25 국립합창단 <오병희 합창교향시 코리아판타지> 연주 관람 후기

독특한 연주를 관람하고 왔다.

작년 이맘때의 초연에 이어 클래식 창작곡으로는 드물게 재연을 성공시키며 앞으로의 흥행을 기대하게 만든 합창교향시 <코리아 판타지>가 바로 오늘의 연주곡

작곡은 국립합창단 전임작곡가 오병희, 극본은 작가 탁계석

각색과 연출은 안지선, 음악감독은 윤의중 지휘자가 초연에 이어 담당해서 초연때와 다른 면모의 고래를 그려본다.

서양음악의 틀에서 풀어내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브로슈어의 설명자료를 옮기자면 이 곡은 한국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릿적 고래사냥의 흔적을 쫒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래'는 한국을 상장하고, 어미고래를 잃은 아기고래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태평양'을 향해 헤엄쳐나가나는 내용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담아낸다.

'한국적인' 키워드로 보면 우선 이 곡에서는 선사시대부터 한반도 반만년의 풍요로운 역사, 일제강점기의 나라잃은 슬픔, 항거, 그리고 미래를 향한 끝없는 도전이라는 우리 역사와 미래가 담겨있다.

우리나라 이야기를 담은 틀은 (표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국제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서양음악의 양식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틀에 담아 우리 이야기를 더 쉽게 보편적으로 전해볼 수 있겠다.

'한국적인' 키워드로 본 두번째는 우리가락, 우리문학의 차용이다. '은하수', '반달', '아리랑'과 같이 잘 알려진 우리 민요가 굵직한 선율로 흐르고, 윤동주와 이육사의 시가 담겨있다.

'한국적인' 키워드의 마지막은 바로 우리 악기와 우리 소리! 도입부부터 중간중간 대금과 소금연주가 들어가고, 퍼커션에서는 (아마도) 박부터 다양한 우리 타악기가 어우러진다. 서양음악에 이질감 없이 우리소리가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OOO 대금 협주곡> 형식으로 국악의 세계화까지 상상해본 순간이었다.

'한국적인' 무언가를 표현하는 중에도 무려 십수대의 퍼커션, 하프, 피아노까지 구성한 대편성 칸타타에 재즈선율까지 담았다. 무대벽을 이용해 영상예술이 연출되어 온갖 볼거리의 향연이 된다. 코로나 전에는 서울시청 벽을 이용한 영상예술이 이루어진 공연이 종종 있었던거 같은데, 언젠가 야외에서도 광복절 축제로 공연되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전반적으로 오늘의 연주는 절제를 베이스로 해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입체적으로 부각한 연주였다고 생각된다. 현이 조금만 더 나와줬으면 싶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많은 것을 친절하게 담다보니 그러면 자칫 선을넘어 촌스러웠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윤의중 음악감독님 이하 연주자 분들이 세련된 조화점을 찾기위해 애쓰신 면면이 느껴졌다.

이번 연주는 '코리아 판타지'라는 제목답게 과거 뿐 아니라 나아갈 미래까지 '강인하고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한'의 정서를 그저 어두운 심연의 무엇이 아니라 디디고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로 표현한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이 곡의 판타지를 그려보자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호두까기인형>이 있듯, 광복절에는 <코리아 판타지>가 연주되면 어떨까?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 공연 한 편으로 우리 역사+우리 문학+우리 악기+우리 문화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광복절 시즌 관광상품으로도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연주 중 앞으로도 매년 곡을 리뉴얼 하시겠다는 말씀이 있어서 몽상을 펼쳐본다.

곡 구성과 오늘의 연주자

곡 구성은 총 4부, 13악장. 오늘의 연주는 윤의중 음악감독의 지휘로 국립합창단과 울산시립합창단,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연합으로 연주된다. 내레이션은 배우 이원종, 솔리스트는 베이스바리톤 길병민과 홍승연 어린이 등

1부 '숨'은 비밀의 문, 풍요의 땅, 은하수, 고래 사냥, 끊어진 숨의 다섯개 악장. 솔리스트로는 소프라노 조윤정, 홍승연 어린이, 알토 김해인, 테너 이성현이 출연했다.

2부 '몽'은 달빛, 고래의 꿈, 일어나라의 세개 악장. 솔리스트로는 베리스바리톤 길병민, 테너 김종박/박의준/최성철, 알토 김해인, 테너 이성현/김영욱이 출연

3부 '해'는 바다의 문, 폭풍, 심해, 항해의 네개 악장. 알토 유송이, 테너 지재엽,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테너 김종갑/박의준/최성철이 출연

4부 '신'은 코리아판타지의 단악장으로 구성된다. 소프라노 류수진, 알토 김옥선, 테너 김영욱, 베이스 차광환이 출연했다.

베이스바리톤 길병민과 홍승연 어린이를 제외한 솔리스트는 모두 국립합창단 단원

솔리스트가 평소 합을 맞추는 단원이어서인지 연주에서도 더하고 뺄 타이밍 없이 들어맞는 앙상블을 보여줬다.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에게는 그만큼 무겁고 또 감사한 스포트라이트가 모였고, 그의 연주는 국가대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폭포수같이 시원했다.

작년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솔리스트로 출연하며 올해 연주에서는 더욱 디테일을 더했는데, 작년 무대에서는 연미복을 입었다면, 올해는 그 시절 문인같은 정장 베스트 차림으로 윤동주의 처연함을, 무대를 성큼걷는 걸음부터 더욱 굳건한 이육사로 분해 연주했다.

앙콜곡은 오병희 창작칸타타 <동방의 빛> 중 ‘아리랑’이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아리랑은 정말 다양하게 그려질 수 있는데, 이 아리랑의 가사 역시 오늘의 연주답게 한의 정서를 단편적이지 않은 긍정적인 느낌으로 표현해서 주연주와의 맥락이 잘 어울렸다. 💙포파💙 길병민님과도 잘 어울리는 아리랑이었다.

덕계못이라는데… 어떤 사정으로 변경된 자리가 마침 c구역 1번쪽이라 덕심이 넘실넘실 계도 탔다!☺️

오늘의 커튼콜 사진으로 마무리
행복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