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 기념 <바리톤 김기훈 리사이틀> 공연 후기(210904)

정말 감사한 기회로 바리톤 김기훈님의 리사이틀을 볼 수 있었다🙏

바리톤 김기훈님은 요즘 가장 핫한 클래식계 라이징스타 중 한 분이다.

김기훈님은 그동안 서울 국제음악콩쿠르 우승(2016), 세계 3대 콩쿨 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2위(2019), 오페랄리아 국제 성악콩쿠르 2위(2019) 등 굵직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끌어왔고, 독일 하노버극장 등 유럽 무대에서 여러 오페라 무대에 오르는 활동을 해왔다.

올해 6월에는 세계적인 권위로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BBC 카디프 콩쿠르가 개최되었는데, 김기훈님이 메인프라이즈(아리아부분)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콩쿠르 시기를 화려하게 마감했다.

오늘 리사이틀은 이런 화려한 성과를 정리하며 세계적인 바리톤 김기훈으로 음악인생 제2막을 펼치는 자리였다.
의미가 깊은 자리였던 만큼 정말 많은 분들이 무대를 찾아주셨다.

오늘 연주는 김덕기 지휘자님이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함께했고 역시 김덕기 지휘자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훌륭한 연주였다. 아마도 많았을 지휘자님의 요구를 다 표현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깊이있는 연주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오케스트라였고, 연주 내내 단원분들의 행복한 미소에 협연자와의 무대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감정이 다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우승 기념 바리톤 김기훈 리사이틀 프로그램

1부

1. 로시니G. Rossini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 서곡Overture
-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Largo al factotum della citta
2. 모차르트W.A.Mozart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 당신의 시선을 나에게 돌려주세요Rivolgete a lui lo sguardo
3. 도니제티G.Donizetti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 분노에 떨고있네Cruda, funesta smania
4. 바그너R.Wagner
- <로엔그린Lohengrin> 3막 전주곡Prelude Act III
- <탄호이저Tannhauser> 저녁별의 노래O du mein holder Abendstern
5. 코른골트E.W.Korngold <죽음의 도시Die tote Stadt>
-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Mein sehnen, mein wahnen

2부

1. 레온카발로R.Leoncavallo <팔리아치Pagliacci>
- 신사 숙녀 여러분Si puo?
2. 베르디G.Verdi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
- 당신과 함께 있겠소Teco io sto. Gran Dio!
- 여기는 무슨일로Tu qui? Per salvarti dalor
- 그대는 내 명예를 더럽혔다.Alzati!... Eri tu che macchiavi quell anima
3. 차이코프스키P.I.Tchaikovsky <예브게니 오네긴>
- 폴로네이즈
- 나에게 편지를 쓰셨더군요
- 파이널 듀엣
4. 시마노프스키K.Szymanowski <로제르 왕>
- 에드리지, 이미 새벽이다... 태양이여! 태양이여!

앙코르
1. 지오르다노U.Giordano <Andrea Chenier> 중 'Nemico della patria'
2. 차이코프스키P.I.Tchaikovsky <The Queen of Spade> 중 'Ya vas lyublyu'

1부는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으로 시작해서 유명한 아리아인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로 이어져 마이크 없이 홀을 울리는 폭발적인 성량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표현력의 깊이를 볼 수 있는 곡들이 이어지고 1부의 마지막 순서인 코른골트의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에서는 무대 시작 전 관객석이 숙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곡이 이번 BBC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두 분이(로베르타 알렉산더와 닐 데이비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송출되며 김기훈 님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부는 소프라노 서선영님과 테너 강요셉님이 스페셜게스트로 출연하셔서 오페라의 한장면을 구성해 주신 덕분에 개인적으로 더 쉽게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불륜치정멜로? 베르디 무대에서는 평소 오페라에는 큰 관심이 없던 친구 참크래커가 갑자기 프로그램북을 정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오페라 같이 보자면 영업될 느낌이라 기쁘던 순간!

차이코프스키와 시마노프스키의 작품으로 이어진 무대에서 러시아 감성도 찐하게 어울려서, 마린스키 극장의 관계자분이 김기훈 님을 몇해 전 타계하신 드리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1962~2017)를 이을 사람이라고 표현한 게 괜한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프로그램은 주로 김기훈님이 출전해 온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들로 구성되었고, 전반적으로 김기훈님에 대한 주요 수식어인 '큰 볼륨', '세련된 표현', '다양한 음성의 빛깔'을 고르게 느껴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오페라의 아리아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 오늘 무대에서 느낀점은 인간 김기훈은 뚝심과 체력이 대단한 분이라는것!

김기훈님은 성악 시작이 늦다. 이 분의 성악역사를 보면 일본만화 주인공을 보는 느낌
전남 곡성의 시골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하시다가... 세미나 강사님 권유로 부모님 반대를 설득해가며😳 고3이 되어 성악을 시작했다고?
예중 예고 코스없이 음악대학 4년 과정으로 압축된 성장을 하고, 여러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고, 유럽무대를 진출?
군대에서 온 성대결절도 극복?
심지어 이중국적 소리를 들을만큼 이탈리아어 발음이 좋으시다고?

이런 성과는 엄청난 재능의 영향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을것이어서 인간 김기훈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특히 성대결절 시절 방황을 제외하면 음악 외적인 것으로 눈을 돌린적이 없고, 특히 클래식 외길인생을 걸어온 것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보통 성악 시작이 늦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우수한 음악대학에 입학하는 경우에는 클래식이 아닌 음악장르로도 상대적으로 쉽게 전향하는것을 종종 보는데 여러모로 뚝심이 엄청난분!

마이크도 없이 오페라극장도 아닌 콘서트홀을 울리는 아리아를 몇시간동안이나 쏟아내는 체력도... 시작도 끝도 똑같이 표정이 웃고계신것도 그저 놀라움... 오늘 무대는 거인 김기훈쇼 같은 느낌!

프로그램북 인터뷰내용 중 김기훈님의 인상깊은 각오가 있다.
'만족하는 예술가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불만족에서 좋은 예술이 탄생한다고 보거든요. 만족하는 순간 제 예술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미래를 보는 바리톤이고 싶습니다.' 와…👍

21/22시즌에 독일 뮌헨 바이에른극장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라 보엠>, 미국 샌디에이고 오페라하우스에서 <코지 판 투테>, 그 외에도 영국 코벤트가든 등에서 활동 예정이시라고. 이런거는 자막좀 넣어서 생중계 안해주나요... 여기 관객 대기중입니다😭

오늘의 공연후기는 열광적인 커튼콜 사진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