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스페셜데이 콘서트 <10월의 마지막 밤> 공연 관람 후기

10월의 마지막 밤 이브에 즐긴 예술의전당 특별기획공연 <10월의 마지막 밤>

오늘 연주는 지휘자 안두현이 이끄는 군포 프라임필 오케스트라가 맡고, 가수 이용, 성악가 길병민, 피아니스트 문정재, 기타리스트 드니성호의 협연으로 이뤄진다.

익숙한 곡들로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더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첫 곡이 독특하게 편곡된 비발디의 가을이어서 머릿속이 환기되었다.
독주자 없는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된 정도로 기대했는데 예상을 깨는 변조와 멜로디가 등장해서 새로운 가을을 들을 수 있었다.

클래식기타의 독주를 실연으로 본건 거의 20년 이상 전으로 독특한 경험이었다.
참 따뜻하고 편안한 기타선율로 색다른 경험을 했다.
괜히 캠핑가서 불멍 별멍 하고싶어지는 연주였다.

SM엔터테인먼트가 클래식쪽으로 저변을 넓히려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오늘 협연한 피아니스트 문정재님이 바로 SM Ent 소속이었다.
전통 클래식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시는 분인데 특이한 점은 단순한 소속 연주자가 아니라 이사 직함으로 소개되어있다.
잔잔한 호수나 바닷가가 떠오르는 청량한 연주였다.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넘실거리면서 감동을 주는 무대였다.

오늘 오케스트라 연주가 국내에서 특히 보기 어려운 모습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유독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는 뒷풀트로 갈수록 모션이 작아진다. 링겔만효과가 큰 때문인지 조직이 오케스트라마저도 수직적인 때문인지 속상할 때가 있다. 군포프라임필은 마지막 풀트까지 적극적으로 연주하는 유기적인 모습이 참 감동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연주에도 녹아나서 연주자의 단순집합이 아닌 오케스트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렇게 발전하는데에는 지휘자 안두현님의 역할도 톡톡했을것이다. 가끔 이 분이 이끄는 오케스트라를 보게 되는데, 곡해석 뿐 아니라 확실하게 나오고 들어가며 협연자와 오케스트라를 연결시키는 모습까지 다방면으로 두각을 보이시는 지휘자님이다.
이 분이 지휘하시는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 무대를 언젠가 보고싶은 소망이 생긴다.

아무래도 협연자의 연주스타일을 알아야 오케스트라와도 더 잘 맞출수 있는데, 성악가 길병민님과 무대경험이 있으셔서인지 오늘이 군더더기없는 합을 보이는 날이었다. 지금까지 본 길님과 오케스트라 협연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합이었다.

내새꾸…💙 국가대표 성악가 길병민님 연주야 언제나 이 할미가 믿고 듣지만 오늘은 정말 더 큰 기대로 갔다.
왜냐하면 회원선예매 덕에 무려 중간 10번째 좌석을 예매했기 때문이다🔥(예술의전당 감사합니다🙏)
워낙 불타는 가사의 곡이여서 ‘Quizás, Quizás, Quizás’와 ‘Cant help falling in love’는 10열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앞열임을 깨닫게 되었다. 건강한 심장을 위해 여기까지만…❤️‍🔥

‘시간에 기대어’는 다시한번 성악가 길병민이 한국가곡에 특별함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 곡에 담긴 정서를 더이상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본인의 한국가곡 애정이 남달라서인지 길님의 한국가곡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국제콩쿨에, 그것도 무려 3대 콩쿨 중 하나로 꼽히는 차이코프스키콩쿨 세미파이널 무대에, 그냥 가곡도 아니고 국악타령인 ‘신고산타령’을 들고나가겠나. 아무리 현대에 들어 윤이상, 진은숙 선생님 등 걸출한 작곡가가 많이 배출되고 인정받고 있다해도 아직 클래식 작곡에서 우리음악이 주류는 아니다. 아무래도 우리말이라는 특별함이 있기에 성악은 더더욱 그렇다.
이러니 언젠가 길님의 한국가곡집이 노란딱지달고 나올날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잊혀진계절>은 어린시절 추억으로 참 좋아하는 노래여서 중고매장 뒤져가며 LP까지 들였었다. 이 노래를 이용선생님 목소리로 듣게될 날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영광스럽게도 오늘 40년의 음악인생이 그대로 에너지가 되어 무대에 풀어진 가수 이용의 무대를 누릴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리베르탱고> 연주와 대가가 된 아티스트와 떠오르는 별이 함께 구성한 <10월의 마지막 밤> 앙코르까지 연주되며 감동의 무대 성료💙

가을느끼러 나들이가야지 하는 마음이 좀처럼 안들던 올해인데 예술의전당에 예쁘게 든 단풍에 가을바람으로 가을까지 선물받은 하루🍁🥰
발만 동동거리며 살던 요즘인데 가을밤을 가만히 걷다보니 이제 좀 내려놓고 지금 이 시간을 살자 싶어진다. 동동거리다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말고 흘러가는 시간에 차분하게 집중해서 느끼고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