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관람 후기(12/2 저녁공연)

누군가 좋아하는 테너가 있느냐고 물으면 김우경 선생님을 꼽는다.
바로 그 김우경 선생님이 오늘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를 연주하신다고 해서 냉큼 다녀왔다.

예전에는 <춘희>라는 일본식 번역으로 알려졌던 이 오페라는 이제는 <라 트라비아타>의 원어로 불리며 베르디가 말한대로 현실을 반영한다.

오늘의 캐스팅은 A팀

베르디가 37세 무렵인 1850년대 정도가 원래의 시대상으로 당시는 식민지 무역 등으로 부자가 된 부르부아계급이 탄생하고, 가난한 집안의 딸들은 코르티잔이라 불리는 일종의 부르주아 전용 창녀, 정부가 되곤 했다.
영화 <물랑루즈>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비슷할듯 하다. 스토리라인도 일부 유사하다.

소프라노 김성은 선생님이 연주하신 비올레타가 바로 그 코르티잔, 돈과 쾌락을 쫓아 화려한 삶을 살아온 그녀는 안타깝게도 지병으로 삶의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알프레도(테너 김우경 선생님)는 열렬한 구애 끝애 차가운 현실에 얼었던 비올레타의 마음을 녹이고 사랑을 얻는다.

비올레타와 파리 외곽에서 꿈만같은 시간을 보내던 알프레도는 곧 이 행복이 비올레타의 재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되고 돈을 구하기 위해 파리로 떠난다.
알프레도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버지 제르몽(바리톤 양준모 선생님)이 비올레타를 찾아와 알프레도 동생의 원활한 결혼을 위해 집안의 명예를 그만 더럽히고 알프레도를 놓아달라고 그녀에게 희생을 요구한다.
비올레타는 희생을 감수하기로 하고(고분고분하게 감수하지는 않음) 한 남작과 화류계의 가장무도회에 참석하여 알프레도를 배신하고 과거로 돌아간 척 한다.

연인의 배신에 정신줄을 놓은 알프레도는 같은 파티에 참석하여 운 좋게 도박에서 큰 돈을 따지만 그 돈을 이용하여 비올레타에게 모욕을 준다.
마치 과거의 시간에 대한 화대를 지급하듯 비올레타에게 거칠게 돈을 던져버린것
그의 아버지는 그를 타이르고 주변도 만류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의 후견인인 남작과 결투를 하기에 이른다.

비올레타는 병으로 죽어가던 중 제르몽으로부터 알프레도가 결투에서 다치지 않았으며 사실을 알고 그녀를 찾아가노라는 편지를 받는다. 곧 알프레도와 제르몽이 찾아와 눈물로 참회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행복을 만끽하고 곧 세상을 떠난다.

오늘의 현실을 그려달라는 베르디의 주문에 맞게 이번 무대의 <라 트라비아타>는 1950년대 정도에 맞춰 설정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너무 현대로 와서 쌩뚱맞거나 너무 과거라서 이입이 되지 않음을 반영한 시점이라고
극이 시작하면서 비올레타가 바닥을 구르는 장면을 통해 그녀의 직업을 드러내며 시작한다.
라트라비아타는 화류계 출신 여주인공의 삶을 조명하는 점에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부분이 있는 작품인데, 이 부분을 과거에는 정서상 드러내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베르디 시절도 검열상 당시대를 배경으로 라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릴 수 없어, 과거의 시점을 배경으로 올렸다고

무대는 비올레타의 화려한 생활과 대비되는 어둡고 차가운 대리석 재질로, 화려함을 장식하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음울한 분위기로 변해버린다.
주역을 맡은 선생님들의 연주는 물론이고 정적인 멈춤 후에 등장하는 화려함과 기괴함 등 앙상블과 무용수 선생님들의 연기도 압권이어서 전반적으로 라트라비아타의 주제가 잘 부각되었다.
오늘이 초연인데도 오케스트라부터 모든 파트가 실수나 어색함 없이 연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셨다.

비올레타의 바람 앞 촛불같던 삶에 알프레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상상해보면 삶에 있어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와닿게된다.
폭력성과 나약한 면모 등 썩 완벽하지만은 않은 알프레도이지만 비올레타는 모든것을 포용한다.
비올레타 삶의 마지막에서도 참회한다고 울고만 있는 알프레도 녀석… 그만 울고 죽음 목전의 비올레타를 안아줬으면 좋겠다 싶었던 안타까운 엔딩
그녀의 마지막에 알프레도가 한발 늦게 찾아왔다면 죽음 직전에야 찾은 그녀의 평온이 쓸쓸함에 압도되었을지 모르겠으니… 여하튼 왔으니 됐다.

맴찢이긴 하지만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의 품에서 눈을 감는다면 너무 둘의 관계성만 부각되었을거 같아 극의 흐름에서는 좋은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조차 만나보지 못한 경우도 있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