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하데스타운> 관람 후기(2021/12/18, 낮공)

친구 흑설탕의 강력 추천으로 보게된 뮤지컬 <하데스타운>
그리스 로마신화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에피소드를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2006년 미국 버몬트주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올해 8월부터 한국어 초연이 진행중이다.
2019년 3월 브로드웨이 초연 후 토니상을 수상하는 등 매우 주목받는 작품인데,
이번 한국어 라이센스 구입은 토니상 수상 이전에 진행되어 비교적 저렴하게 판권을 구입했다고 한다.

오늘 캐스팅의 오르페우스 조형균 배우님과 에우리디케 김수하 배우님의 인터뷰에 작품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가져와본다.

다시 쓴 오랜 사랑 이야기… 조형균·김수하가 말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

프로그램북보다 정보가 많은 나무위키
https://namu.wiki/w/%ED%95%98%EB%8D%B0%EC%8A%A4%ED%83%80%EC%9A%B4

원어버전의 넘버들

오늘의 캐스팅은 뮤덕 호구 흑설탕이 다시못올 드림팀이라며 극찬을 마지않는 조합👍

출연 캐릭터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헤르메스, 운명의여신, 일꾼들

지하세계의 왕이자 금과 광물 등을 지배하는 자본가 하데스
그의 아내는 봄의 여신인 페르세포네로 그녀가 있어야 지상에 봄이 오고 생명이 움트기 때문에 일년의 절반은 하데스와 떨어져지낸다.
불가피한 별거도 마뜩찮은데다 본인이 일궈낸 부와 체계를 달가워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아내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불안해진 하데스는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페르세포네를 데리러 오고, 이 때문에 지상에는 공황이 찾아온다.

뮤즈의 아들인 몽상가 오르페우스와 현실감각이 강하게 발달한 에우리디케는 서로의 다른점에 끌려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찾아온 공황으로 절망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에우리디케의 외침을 끝까지 듣지 못한채 잃어버린 봄을 불러올 사랑의 노래를 만드는데 몰입한다.

한편, 아내에게 노력을 인정받지 못해 상처받은(?) 하데스는 자신의 부와 체계를 감사하게 여겨줄 상대를 찾아 지상으로 오고, 마침 좌절중인 에우리디케를 발견, 그녀에게 배고픔 없는 세상을 약속하며 지하세계로 예속시키는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지하도시에는 배고픔뿐 아니라 자연도 자유도 감정도 없었고, 에우리디케는 이내 후회하지만 영혼을 빼앗겨 돌아갈 수 없다.

오르페우스는 몽상을 끝낸 후 에우리디케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헤르메스에게 물어 지하세계로 찾아간다.
하지만 곧 하데스에게 적발되고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올 수는 없음에 절망하며 슬픔과 세상의 법칙을 부정하는 노래를 부르고 하데스타운의 존재들은 그 노래를 듣고 탈출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역시 그 노래를 들은 페르세포네도 하데스에게 두 사람을 놓아주라 말하지만, 하데스는 비웃으며 오르페우스에게 노래로 자신을 설득해보라고 한다.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사랑에 빠진 시절 부른 사랑의 노래를 불러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를 놀라게 하고 감정을 복기한 그들은 함께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감동을 받긴 받았는데 이제와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와이프가 실망할까 무섭고 풀어주자니 지하세계의 질서가 무너질까 염려되는 하데스는 조건을 걸어 그들을 풀어준다.
바로 오르페우스가 하데스타운을 먼저 탈출하며 뒤에 따라가는 에우리디케를 한번도 돌아보지 않으면 그들을 풀어주겠다는것
이 조건은 하데스의 마음을 계속 어지럽히던 페르세포네에 대한 의심을 오르페우스에게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안타깝게도 사랑을 온전히 믿는것에 실패하고 결국 에우리디케는 하데스타운으로 돌아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에피소드가 루프라는 것
진행자인 헤르메스는 이 이야기는 결말이 정해져 있지만 언젠가 결말이 바뀌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며, 시점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처음 만난 때로 다시 돌아간다.

어떤 시간에서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지상으로 돌아와 백년해로하길 빌어본다.
사람은 희망으로 사는거니까.

흑설탕 말대로 정말 빈틈없는 캐스팅!
언제나 믿고보는 하데스 지현준 배우님
본투비 페르세포네같은 김선영 배우님
작은 체구에도 몬스터같은 에너지를 보여주시는 김수하 배우님
케미요정인 운명의 여신들과 헤르메스의 강홍석 배우님
또다른 주역인 일꾼들
기타를 치며 가성도 써야하고 삐끗하면 설득력을 잃고 오글거릴 오르페우스를 탄탄하게 연기해주신 조형균 배우님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아닌 밴드연주에 의존하는데다, 재즈풍의 밴드파트가 노래를 가려줄 목적은 별로 없어보이게 작곡된 송스루 뮤지컬이기까지하다.
이처럼 숨을곳이 없기에 무대에서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자칫하면 관객까지 안절부절하게 될 수 있는 어려운 뮤지컬로 보이는데 감사하게도 모든 배우분들이 극에 푹 빠져볼 수 있게 오늘의 무대를 완성해주셨다.

친구 흑설탕, 그린손과 함께한 즐거운 주말 관극 나들이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