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아담스John Adams 피아노 협주곡 <마귀가 좋은 선율을 다 가져야 합니까?> 초연 LP 리뷰

미국의 작곡가 존 아담스John Adams(1947~)의 피아노협주곡이 2019년 3월 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두다멜Gustavo Dudamel이 이끄는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A Phil.와 피아니스트 유자왕Yuja Wang의 협연으로 초연되었다.

이 음반은 초연과 동일한 구성의 녹음으로 2020년 8월 발매되었는데, 오직 LP로만 한정 발매된 특징이 있다.

발매 시점 구매에 이른 의식의 흐름은, 굉장히 독특한 제목에 흥미를 느꼈다가 현대음악이라는 점이 두려워서 주저하였으나, 유자왕과 두다멜의 LA Phil이라는 무한한 신뢰로 결국 들이기로 결정.

나오자 마자 들였으니 1년 이상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판을 굴려보지는 못하고 보관만 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요즘 하는 일이 진척없이 막혀서 답답한 마음에 새로운 음악을 듣고싶어져 이 음반을 개봉!

현대음악이라 귀에 쏙쏙 꽂히지 않을 것임으로 노동요로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생각과 좀 달라서 작곡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바람에 노동요로는 부적합했다.

앨범 수록곡은 2곡 총 30분 분량으로 길지 않다.

첫번째 곡인 2018년 작곡된 3악장 구성의 피아노협주곡 <마귀가 좋은 선율을 다 가져야 합니까?Must the devil have all the good tunes?>은 악장마다 부제가 붙어있다.

두번째 곡인 1977년 작곡된 피아노 독주곡 <차이나게이트China gates>는 선율과 리듬의 상반된 느낌이 드러나는 연주가 돋보인다.

알려진 곡이면 그려러니 했을텐데 나 역시 처음듣는 곡이다 보니, 초연으로 사람들에게 이 곡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와닿았다. 저 무렵의 유자왕이 굉장히 예민했던 것으로 기억되어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Must the Devil Have All the Good Tunes?> LP 수록곡

1. Must the Devil Have All the Good Tunes?(2018)
I. Gritty, Funky, But in strict Tempo; Twitchy, Bot-Like (11:32)
II. Much Slower; Gently, Relaxed (7:08)
III. Piu mosso: Obssession / Swing (7:41)

2. China Gates(1977) (4:39)

유투브에 이 연주에 대한 음원이나 실황이 있어 링크를 걸어본다. 연주를 듣고 궁금증이 생겨 작곡가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는데 그러고 다시 들으니 곡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Must the Devil Have All the Good Tunes?> 1악장 Gritty, Funky, But in strict Tempo; Twitchy, Bot-Like
https://youtu.be/y3M1z3ITIf4

🎧<Must the Devil Have All the Good Tunes?> 2악장 Much Slower; Gently, Relaxed
https://youtu.be/58lSW51LdJk

🎧<Must the Devil Have All the Good Tunes?> 3악장 Piu mosso: Obssession / Swing
https://youtu.be/SV0U3UfdmUM

🎧<China Gates>
https://youtu.be/KWrCdZ-FYlI

작곡가 존 아담스 John Adams

존 아담스는 1947년 미국 메사츄세츠에서 태어나서 이 곡을 작곡한 시점은 70세 무렵.
유럽에서 공부한 경험이 없는 순수 미국 작곡가로, 10세에 음악과 작곡 공부를 시작한 후 14세에 첫 지휘를 했다.
엄마는 아마추어 배우, 아버지는 클라리넷 연주자로 그 역시 전공악기로는 클라리넷을 택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1965년부터 6년간 공부한 것이 음악에서의 마지막 정규교육과정이다.

하버드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여 생활을 시작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목가적인 생활이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77년 30세의 나이로 첫 작품인 피아노 독주곡 <Phrigian gates>를 발표한다. 초연은 피아니스트 맥 매크레이가 하였으며, 미니멀리즘 작품 중 솔리스트가 무대에 올리기에도 손색이 없는 레퍼토리로 꼽힌다.
존 아담스의 음악적 양식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자 음렬기법과 음향 위주의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현대 음악에 조성음악적인 양식의 복귀를 예고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며, 재즈감성도 담고 있다.(출처 : 존 아담스의 미니멀리즘, 법보신문)

그는 '화성은 가만히 한 곳에 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조성으로 바뀌고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준다.'라고 화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미니멀리즘은 이처럼 화성을 강조한 점에서, 화성을 배제한 음렬주의 기법과 리듬 위주의 1세대 미니멀리즘과 차별화되며, 중세의 선법과 바로크의 대위법에 고전과 낭만시대를 통하는 화성과 인상주의의 묘사적 기법 그리고 재즈풍의 감성까지 모든 것을 작품속에서 활용한다.

존 아담스는 풍부한 화성으로 청중이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자신만의 어법으로 현대음악은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아마 처음 이 음반을 보고 현대음악이라는 점에 느꼈던 피곤함도 1세대 미니멀리즘 특유의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듯 하다.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511

9. 존 아담스의 미니멀리즘 - 법보신문

그는 관현악 대편성 곡들 외에도 미국의 시와 언어를 음악으로 발전시키거나 음악과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주제를 오페라로 작곡하는 작업들을 했고, 대표적인 작품이 오페라 <중국에서의 닉슨>이다.

이렇듯 존 아담스는 음악적 주제부터 작곡기법까지 어느 하나 성역 없이 활용하며 음악을 지나치게 무겁게도 가볍게도 하지 않는 중용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깊이 때문인지 그는 가장 현대적인 선두를 지키면서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꼽힌다.

좀 더 찾아보니 이 곡이 작곡된 2018년의 HBR 인터뷰가 남아있다. 인터뷰 내용 중 특히 흥미있던 두 부분은 오페라 <중국에서의 닉슨> 작곡 뒷이야기와 작곡가 겸 지휘자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이다.

<중국에서의 닉슨>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충돌을 공부하는 것이 맛있었지만, 사실 오페라를 처음 써봐서 가능했을 작업이었고, 주제는 논쟁거리여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의식의 중심에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택했다고 한다.

작곡가의 삶은 은행원의 삶으로 표현하는데, 그에 따르면 본인을 포함한 많은 작곡가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영감을 얻어 바로 곡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성실한 내향형의 삶으로 곡을 완성하기 위해 노동집약적인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동시에 지휘자로서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스위치를 외향형으로 돌려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고. 결이 조금 다르지만 직장인의 삶과도 동질감이 느껴진다.
https://hbr.org/2018/01/lifes-work-an-interview-with-john-adams

Life’s Work: An Interview with John Ad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