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 관람 후기

큰(말)싸움 났대서 관전하러 대학로에 왔다.
요즘 가장 핫한 연극 라스트세션!
2020년 초연에 이어 두번째 공연이다.
제작진과 신구•이상윤 배우님 캐스팅은 초연과 같고, 오영수•전박찬 배우님은 뉴캐스팅이다.

방역조치로 식당, 카페가 문닫는 시간인 9시도 아닌데 대학로는 유독 시국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공연은 매진💪🏻
소극장 공연이라고 방심하고 시간을 맞춰갔는데 일찍 가는것을 추천한다.
티켓찾고, 체온재고, 문진표 작성하는 단계를 거치다보니 매 단계마다 줄이 꽤 있다.

오늘(1/25) 캐스팅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오징어게임으로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오영수 배우님
👨🏼‍💻나니아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
👉🏼아직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뼈대 굵직한 연극배우 전박찬 배우님

캐스팅에서 짐작되듯 2인극이다.
2차대전이 한창인 1939.9.3. 프로이트의 서재에서,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두 학자가 종교, 인간, 고통과 삶의 의미, 유머와 사랑에까지 끝없는 논쟁을 이어간다! 라는 예매처의 설명

머리 아플거 같은 내용이지만, 요즈음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던터라 통찰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예매했다.

아무래도 오징어게임이 크게 흥행했고 큰 상을 받은 직후셔서 오영수 배우님 캐스팅 티켓이 잡기 어려웠다.
지난주 예매할때만 해도 극이 거의 마무리되는 3월에나 원하는 캐스팅과 시간대의 티켓이 있었는데, 운 좋게도 한자리가 딱 취소되어 오늘 티켓을 취겟

사실 프로이트 캐스팅 두분 모두 비교불가의 대배우지만, 누구나 삶에 때가 있으니 희망을 가지고 나의 길을 열심히 걷자는 확신을 얻고싶었기 때문에 굳이 티켓을 고르게 되었다.
(목적지는 알고 걸어야 하겠다만..)

인간으로 누리는 가장 큰 낭만은 사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신의 존재, 고통의 이유, 보편적 도덕률과 같은 거대담론을 다룬다. 그래서 답도 없다.
극중 프로이드와 루이스는 각자의 입장에서 논쟁하지만 역시나 끊임없이 의심하고 시험의 순간에 빠진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장치가 바로 극중 시대상에서 드러나는 전쟁!
폭격 예고를 알리는 사이렌 앞에 무너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과 인간이 느껴진다.
해답은 없다. 그저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 연극이 끝나고도 계속 사유하게 한다.
사유하고 행동하고 자유의지를 잃지 않음으로서 나 역시 한 인간에게 주어진 숙제를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영수 배우님은 날카롭지만 유머와 여유를 가진 프로이트, 전박찬 배우님은 열정적이고 즉흥적이기도 한 루이스를 연기한다.
평생을 연극에 매진한 오영수 배우님의 연기에는 나 연극배우요 하는 자의식이 보이지 않고 여유가 묻어났던 점이 인상깊다.

연극이 끝나고 프로그램북을 보며 신구 배우님은 실제로 무신론자, 이상윤 배우님은 기독교인임을 알게 되었다. 이 두 분의 공연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거 같기에 끝나기 전에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관객에 남기는 한마디가 인상깊다.
신구배우님은 ‘항상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영수배우님은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두 마디를 조합하는 삶이 정답이 아닐까.

연극보러 다녀오느라 길에서 보낸 시간이 연극 러닝타임 90분보다 길지만, 그럼에도 보고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